네모난 우물

'우물'에 해당되는 글 130건

  1. 시인 선서
  2. 기탄잘리
  3. 스승의 날에
  4. 사랑
  5. 다른 사람이 나를 모함할 때 시간 흐름에 따른 뇌의 반응
  6. 담쟁이 덩굴
  7. 허물기
  8. 대강절
  9. 그리운 어머니
  10. 육촌형-남과 북의 비극을 풀 수 있는 실마리

시인 선서

때로는 시인

 '시인 선서'

                                 김종해

 

 

시인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 흐르듯 바람 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함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쓰고 시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시詩이며, 거짓말 시詩가 아니냐.
시인이여, 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온 세상이 권력의 전횡專橫에 눌려 핍박받을지라도
그대의 칼날 같은 저항과 충언을 숨기지 말라.
민주와 자유가 억압당하고, 한 시대와 사회가 말문을 잃어버릴지라도
시인이여, 그대는 어둠을 거쳐서 한 시대의 새벽이 다시 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하라.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맹우盟友여야 한다.


(김종해·시인, 1941-)

기탄잘리

나의 삶과 생각/일기

 

 나는 마을길로 이집 저집을 구걸하고 다녔습니다. 그 때 갑자기 님의 황금마차가 멀리서 꿈처럼 왔습니다.

나의 희망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나의 불운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님이 내게 베풀어주실 식물과 재물을 기대하며 나는 님이 타고 있는 황금마차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황금마차가 내 앞에 멈춰 섰습니다. 님과 시선이 마주치자 님은 미소를 지으면서 내려오셨습니다. 나는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 다가 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때 느닷없이 님은 오른 손을 내미시며 말씀 하셨습니다.

그대는 내게 무엇을 주려고 왔는가?”

 

! 거지에게 구걸을 하시려고 님이 손을 내미시다니, 그건 얼마나 님다운 농담입니까! 여하튼 나는 얼떨떨해하며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그제야 내 전대에서 작디작은 낟알 하나를 꺼내어 님에게 드렸습니다. 그것을 받아든 님은 내겐 아무것도 주시지 않고 그냥 떠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날도 저물어 갈 즈음 바닥위로 내 자루를 털었을 때 그 초라한 누더기 속에서 작디작은 황금 한 낟알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그 때 나의 놀라움과 뉘우침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나는 땅을 치면서 울었습니다.

님에게 나의 전부를 바칠 마음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하면서 말입니다....

 

-기탄잘리中,타고르

 

그토록 간구하던 진리를 만났으나 온전히 갖지못하고, 누리지못하고 부스러기로 만족했던 나의 삶.

스승의 날에

때로는 시인

스승의 날에

 

                                                           

스승의 날 아침

초등학생 아들이  책가방을 메고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엄마 볼에 입맞추고 

상큼상큼 뛰어서 학교에 간다

 

내 아이만 잘 부탁하는 것으로 알까봐

감사의 꽃 한송이도 들려보내지 않았다

모든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할

어떤 선물도 생각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야 신난다~ 오늘은 엄마가 집에 있네

엄마! 작년 담임 선생님께 편지써서 갖다드렸어요

안에 천원 넣어서요

천원?

가짜 천원요, 내가 그린 거

오호~ 기특한 걸

그럼 지금 담임선생님은?

에이~ 엄마, 지금 선생님은 조금 더 지켜봐야죠

내년 스승의 날에 드릴 거예요

 

아들에게 한 수 배웠다.

아들의 작년 선생님, 지금 선생님이

난 정말 부럽다.

 

 

 

 

 

 

사랑

때로는 시인

                           사랑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가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 창작과비평사

 

 

안도현 시인은 위와 같이 큰 시를 포함해 그 크기가 만만치 않은 시들을 엮어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었다.

 

위의 시에 대한 안도현의 짧은 감상을 소개한다.

 사랑을 쓰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신물날 정도로 흔한 그리움이나 기다림 같은 개뼉다귀들을 말끔이 걷어내고 

'모든  살아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하고, 그리고 

'이 세상 속의 나를' 아는 사랑이란 얼마나 맑고 빛나는가... 후략

 

...................................

 

나를 위해 그가 있고 사물이 있고 우주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어린아이일 때다.

어린 아이를 낳아기르다 보면 너를 위해 내가 있고 너를 위해 내가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제서야 어른이 된다. 진짜 사랑을 알게된다.

풀여치가 날아와 내게 앉았을 때 나는 그를 위해 풀잎이 되는 것, 한번 풀잎이 되고나면

나는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것,

이 세상 속의 나의 존재는 그의 것이며 온 세상의 충만한 생명들의 것,

그것임을 안다.

 

 

그러면 이웃이 누구입니까?

네가 그들의 이웃이 되어라

-눅10:29, 36

 

  

 

다른 사람이 나를 모함할 때 시간 흐름에 따른 뇌의 반응

카테고리 없음

 

1. 아니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하지도 않은 걸 했다고 거짓말하네- 당황,

2. 이런~ ㅆ~ 나쁜 놈- 분노

3. 이런 더러운 물에서 떠날까? -회피

4. 당사자에게 가서 사실관계를 밝힐까?  증인을 확보할까? - 이성의 활동 시작 

-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 알면서도 일부러 한 말일테니 이방법은  순진한 발상임.

5.  대책이 생각나지 않아서 기분이 계속 우울함, 손톱 계속 물어 뜯고 있음- 1번에서 5번까지 1시간 걸림

6. 마음 달래기 시작

- 성경의 말씀대로(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마7:1)  내가 다른 사람을 비판한 적이 있었으니(물론 근거가 있었으나 어쨋든) 나도  비판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부터 아무리 내 눈으로 직접 본것이라도  험담용으로는 절대 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

7. 소극적 해결책  - 일명  힘빼기 작전, 무 반응 작전

문제가 해결 또는 사라지기까지 당사자에게 해명을  요구한다든지 나의 결백을 주변 사람에게 알리려고도 하지 않겠음.

일을 시끄럽게 해서 판을  크게 만들지 않겠음.- 그것을 노리고 기회를 엿보아서 덤비려고 하는 짓거리를 일소하기 위해

어쨋든 나는 결백하니까

나의 결백을 내가 알고 하나님이 알면 됨.

8. 마음이 일시적으로 즐거워짐- 사건 발발 1시간 40분 경과. 사건 종료, 우~하하하

 

p.s  그래도 기분은 찝찝함. 뒤끝이 심한 성격이었음을 새삼 깨달음 ㅠㅠ

 

 

 

 

담쟁이 덩굴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이었다.
그림을 그리며 우리들은 신이 났다.
잘 그린 그림은 교실 뒤 게시판에다 붙여 놓는다는
선생님 말씀에
우리들은 싱글벙글 그림을 그렸다.

미술 시간이 있던 다음 날 아침,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마다 자두 알만큼 눈이 커졌다.
교실 뒤에 붙여 놓은 그림 때문이었다.

63장의 그림들이 담쟁이덩굴처럼
교실 뒷벽 전체를 가득가득 덮고 있었다.
그림과 그림이 손을 꼭 잡고 함께 벽을 오르고 있었다.
어깨에 어깨를 걸고 가파른 벽을 오르고 있었다.

잘 그린 그림이든, 못 그린 그림이든,
담쟁이덩굴처럼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담쟁이덩굴처럼 어깨에 어깨를 걸고 가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하셨다.
...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건 박수 받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건 박수 치는 사람이다.

-이철환의 <<반성문>> ,랜덤코리아

 사진-최대성,2011

 

허물기

카테고리 없음

일전에, 우리 동네에 한 가족이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앓았다
조사 결과, 집안에 퍼진 검은 곰팡이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때부터, 길고 힘든 유독성 검은 곰팡이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검은 곰팡이가 너무 많이 퍼져 있어서 대청소나 대대적인 보수 공사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오염 상태를 해결할 방법은 집 전체를 허무는 수밖에 없었다.

그 가족은 약간의 곰팡이에 대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집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지었다.

죄는 인간의 영혼을 속속들이 오염시키는 독소다.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셨을 때, 우리 안에 있는 죄의 흔적까지 말끔히 씻기고자 하셨다.
하나님은 성화(聖化)라는 평생의 과정을 통해 그 일을 하신다.
곰팡이로 오염된 집처럼, 거룩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개혁이나 혁신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옛집’ 곧 육체의 부패한 행위와 욕망을 죽여야 한다.

대강절

때로는 시인


대강절을
기다림으로 시작합니다
내게 기다림은 거의 설렘이었습니다

또 다른 설렘으로  한해를 시작합니다
나의 시작은 달력의 첫 달이 아닙니다

오늘 나는 길가에서 서성거립니다 
앉아있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고

그러나 내게
오늘은 날들의 시작입니다

마지막을 사는 비장함과 무거움이 아니라
시작하는 설렘과 서툼,그러나 정성으로  사는 하루



나는 오늘 주님을 기다리며  다시 삽니다
다시 살아납니다.

그리운 어머니

나의 삶과 생각/일기

며칠 전 세검정 길을 지나면서 보니 개천 변에 자그마한 복숭아나무가 꽃을 피웠어요
찬 바람 맞은 아이의 불그스레한 볼같은 복숭아꽃을 볼 때면
저는 저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갑니다.
향로봉 밑에 있는 고향뒷뜰과 마당에 환하게 피어있는 그 꽃천지 속으로요..  
너무나 행복하던  아이, 땅도 하늘도 사람들도 모든 생명이 다 행복하게 웃던 그 시절..

어머니와 함께 걷던 그 길가에
처음 꽃을 피우는 것 같은데 기특하게도  힘차게 툭툭 터트린 꽃망울..
몇 개의 꽃을 피웠던 어린 복숭아 나무,  그 꽃 옆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오늘 저는 어머니와 함께 거기 서 있습니다

어머니, 어느덧 그 아이는 거기 함께 서 계시던 어머니보다 더 나이가 들었습니다.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주름살이 많아도 흰머리가 많아도
저에게 어머니는 분홍빛 복숭아꽃입니다. 

육촌형-남과 북의 비극을 풀 수 있는 실마리



-이현주,  육촌형-

양짓담과 음실은 서로 시집오고 장가가는 가족같은 동네였다. 
두 마을의 아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녔고 사이좋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음실에 한산목장이 들어오고, 양짓담에는 벽돌공장이 들어온다
음실에 이사온 얼굴이 하얗고 유약해 보이는 유세아라는 아이는 홍탱크라는 가장 힘센 아이를 앞세워 반 아이들을 휘어잡는다
얼마후 양짓담에도 벽돌공장의 아들이 이사왔는데 오토바이를 타고다녀 오토바이로 불리는 아이가
같은 반이 되어 세아와 대결구도를 갖는다
힘은충돌하는 법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끝에 두 아이는 자기 마을의 아이들에게 싸움을 가르치게 되고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리게 된다

'홍탱크는 음실 아이들을 모아 놓고 유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는 양짓담 아이들을 데려다가 태권도를 가르쳤다. 우리는 그 누구도 오토바이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다. 거스르기는커녕 오히려 홍탱크를 믿고 까불던 음실 놈들을 혼내 주자면서 설치는 녀석들까지 생겼다. 양짓담 아이들과 음실 아이들은 마침내 앙숙이 되었다. 이제는 학교를 오가는 길에 서로 어울려 개울에서 가재를 잡는 일이 없어졌다. 소풍을 가도 따로 놀았고 군내 초등학교 축구 시합에서도 함께 응원하는 일이 없었다. 선생님들이 꾸중을 해도 어쩔 수 없었다'-인용

 주인공 상태의 육촌형인 언청이 김 근태는  양짓담에서 음실로 이사를 갔고 친척집인 주인공의 집에 심부름을 오게 된다
 왕래를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에 몰래 왔는데도 왠 일인지 탄로가 나서
결국 소나무밭 싸움터에 불러나갔다.
" 야 너 우리 양짓담의 비밀을 다 고해 바쳤지? 우리가 매일 싸움 연습하는 거 일러줬지?"
"그렇다면 좋아! 네가 정말 그렇게 깨끗하다면 그걸 증명해 봐. 이따 공터로 와. 거기서 근태하고 한판 붙는 거야.
이기면 네 말을 믿어 줄 테다. 알겠어?

소나무 밭 공터에 반 아이들이 두 패로 나뉘어 구경을 하고 있다
원하지도 않는 싸움에 둘은 설렁설렁 한 대씩 치게 되었고 점차 피를 흘리며 격하게 때리고 맞기를 계속하다가
육촌형인 근태가 " 상태야, 상태야 그만해, 상태야"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고
지켜보던 아이들도
"이제 우리도 싸움 안할거야" 하였다.



연평도 도발 사건을 보니 자꾸 속에 울화가 치민다.
현재 우리에게 있는 유세아, 홍탱크, 오토바이가 밉다. 그러면 안되는데 흠씬 두들겨 패주고싶다.

 한 형제인 남과 북은 이제 만나서 화해하고 하나가 되야 한다.
근태와 상태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눈치 보지말고 겁먹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