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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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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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내려와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다녔던 중·고등학교가 근처에 있습니다.

올 해 중학교에 들어간 조카에게 한 학년에 몇개 반이 있냐고 물었더니 세반이요 합니다. 그러면 한 반에 몇 명이나 있냐고 했더니 28명이요 합니다. 3 곱하기 28을 해보니 한 학년이 84명이요 중학교 전체가 대략 252명입니다.

내가 학생들의 숫자를 알고자 한 것은 예전에 내가 학교 다닐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때는 한 반에 대략 75명씩 다섯 반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달라지긴 했지만 내가 다닐 때의 한 학년의 학생이 지금의 중학교 전체 학생 수보다 많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실에 앉아서 아침에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가는 길이 여러 갈래라 그렇겠지 하면서도 마음이 쓸쓸한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너무 귀하고 소중하게 보입니다. 교복위에 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꽃송이 같이 정말 귀엽고 예쁩니다.

 

  가만히 따져보니 현재 고향의 중학교 전체 학생 수보다 많은 아이들이 침몰된 세월호에 갇혀 목숨을 잃었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소도시로 말하자면 중학교의 학생들 전체가 한 날 다 사라진 것입니다.

충격이고 비극입니다.

4, 새싹이 돋아나고

5, 그 싹이 푸른 잎과 꽃으로 바람에 넘실대는 동안

세월호의 아이들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우리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요.

생의 가장 싱싱하고 빛나는 순간을 위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뜨거움과 차가움을 견디며 그 목적에 몰입하지요.

 

 

부모되어 당황스럽고 서툴지만 자식을 품안에 처음 안았을 때 밀려온 사랑의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고 또  함께 커가던 나날이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그 아들·딸을 품어보지도 못하게 된 그 부모들의 고통과 애통에 주여 위로하여 주소서.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주여 어루만지소서.

'거리는 한 집 걸러 울지 않은 집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 세월호

때로는 시인


 

        

 

 

 

 

 

 

                               아, 세월호    

 

                          배를 볼 때마다 기억합니다.

                         바닷물 속에 핀

                         파란 달개비꽃

                         보드라운 강아지풀

 

                         불허된 존재의 향연

 

 

                             2014. 5. 15. 박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