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세 살짜리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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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아기를 데리고 병원 오가는 길.

이제 제법 다 나아서 병원 가는 길이 소풍길이 되었다.

 

아이에게는 신기한 게 너무 많아

만 두 살 넘은 아이에게 거의 대부분의 것은 인생 처음 만나는 것.

 

뒷 자석에 앉아 흥분한 목소리로

"엄마 엄마 퐄레인 퐄레인, 엄마 엄마 렘콩 렘콩, 엄마 엄마 불도저 불도저, 엄마 엄마, 어머니~~"

 

운전하느라 앞만 보고 달리면 목소리가 더 커지고  더더 간절하면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자기가 본 것에 대해

감탄을 하며 혹시나 엄마가 못봤을까봐 " 엄마~~ 죠기~~ 죠기~"

 

 

50대의 나에게 어느 날 어디서 뚝 떨어진 눈 반짝거리는 아이가

사물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작은 날파리도 환호성으로 다시 바라보는 법을 배우며

한동안 이 아이와 같이 걷는 새로운 인생길이

내 삶의 아름다운 무늬 중 하나로 남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세 살짜리의 가을날을 같이 보내고 있다.

 

 

 

시설안전점검을 받으며 공무원에 대한 나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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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기준 : 지적 점수 -1~-5점

 

1. 일정

  상반기 시설 안전점검을 하반기 시작한 7월 2일에 실시함: -2점

 

2. 점검일 통보

   언제 방문하면 좋으냐는 질문 없이 일방적으로 하루 전에 이메일로 7월 2일 오전에 방문하겠다고 통보:

   당일 아동 2명 등교, 아동 2명 온라인 수업중, 아기 한 명 이모한테 붙어있음-오후 점검이었으면 아이들

   공부에 방해  안 되었을 것임: -5점

 

3. 점검외 행정감독 태도

 주무관외 2명, 합하여 3명이 들어와 제대로 된 인사와 직원 소개 없었고 차를 준다고 하는데도 됐다 하고 의자에

 앉지도  않고  한명은 아무 말도 없이 냉장고를 휙 열어보고, 한 명은 소화기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고 , 한 명은

 안전매뉴얼 및 보험 서류를 달라고 하는데 정신도 없고 기분이 매우 나빴음: -5점

 -고압적인 말투에 마치 내가 죄를 져서 취조를 당하는 느낌이 들고 3명의 동시 주문에 우리 2명이 같이 다급해지고 아이들도 긴장하였음

 

4. 코로나 19 상황인식

 당 그룹홈은 코로나19 생활 방역수칙에 따라 매일 아동, 종사자 발열체크, 방문자 기록, 손소독제 사용, 청소 및 소독 철저히 하고 있는데 이런 사항을 준수하라고 공문 보내는 행정기관 공무원들은 열체크도 안 하고, 손소독제도 안 바르고,  방문 기록도 안 하고 우리가 적을 기회도 주지 않고 떠남: -5점 

 

 

이렇게 하면 좋았을 것을

 

'안녕하세요? 시설장님~ 얘들아 안녕?

아이들 돌보시느라 힘드시죠? 갑자기 이렇게 오게 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니 돌보시느라 더 힘드시겠어요. 

매년 하는 안전점검인데 다 잘돼 있으리라 생각이 되지만 그래도 좀 볼게요. 손소독제는 어디 있지요?

차는 안주셔도 되고요 같이 온 이 분은 누구이고, 또 저분은 누구입니다.

냉장고 좀 한 번 열어볼까요?........

 

 

요보호아동 양육은 국가와 현장이 같이 도와서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지도감독기관의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동이 안전하게 잘 자라는지 보러 왔으면서 정작 아동에게 관심이 없었음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가는 공무원들에게 정중히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고 어린 아기는 문이 닫힐 때까지 '빠이~빠이'를 외쳤습니다.

 

아동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은 매년 연말에 회계 및 운영 전반에 대한 지도점검을 받고 상 하반기 안전점검을 받습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로부터 3년에 한 번씩 매우 면밀하고 꼼꼼한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점수가 매겨집니다.

 

이번 점검을 받으며 저도 행정에 대한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가시 머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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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오고서  두번 째 부활절을 맞았습니다.

고등학생인 아이는 역시나 참여하지않고  초등2명, 중등1명이 계란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중 한명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뭘 어떻게 그려야 할 지 몰라 동생들 눈치만 보다가 엉뚱하게도

마굿간을 그리네요~^^

부활절인지 성탄절인지 구분을 안하더라구요

 

아이들끼리 계란 장식을 하는 동안 집안 일을 마치고 가서 보니

 그림을 그리던 막내가 예수님 얼굴에 초록색 구름 같은 것을 그려놨더군요

뭐지? 무슨 승리의 월계관인가? 부활승리의 상징인가? 하고 기특하고 궁금하여

머리에 이거 뭐냐고 물으니

"음 음 음, 그거 있잖아요 머리에 쓰는거요 그거..... 까시 머리띠요"

그 말에 저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부활절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성탄절 그림을 그리지 않나,

부활하신 영광을 그릴 줄 알았더니 아직도 가시관쓰신 고난받는 예수님을 그리지를 않나

지난 주 설교에 듣긴 들었는데 가시관이라는 말이 어려웠는지

가시 면류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시왕관이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에휴~~까시머리띠라니요

이녀석들한테 뭘 기대한 제가 잘못인가요?

 

'가시관'하면 피흘리는 고난의 예수님이

'가시머리띠'하면 긴머리 휘날리는 예수님의 머리에 살짝 올려진 최신핫템이 생각나니

저나 아이들이나 수준이 쌤쌤입니다. 

 

 

가시머리띠 어디 있을까요?

 

뭔가 되게 심혈을 기울이는 듯 했다.

월급날은 도대체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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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임금불안인가?

임금 체불인가?

 

그룹홈 종사자의 1월은 불안하다.

매월 20~25일 사이에 나오는 인건비가 매년 1월이면 제 때 나오지 않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부지런하면 빨리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지체된다.

정해진 날이 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 1분1초단위로 회계처리및 금융 거래가 매우 불안정하다.

어이 없는 일이다.

그룹홈종사자들의 처우와 인권의 현실이다.

 

2020년은 게다가 24일부터 설날 연휴라 까딱 잘못하다가는 설날에 종사자 급여를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수준의 인건비에 명절수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지급시기마저도 늦어지면 상당히 곤란한 일이다.

 

사회복지시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너무 당연하고

사회복지인건비가이드라인의 단일임금체계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소외된 양육시설인 아동그룹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한민국에서 대형시설의 대안으로 가정형양육시설로 아동양육의 질과 아동의 정서적 안정이 인정되는 우수한 곳인데도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처우개선이 등한시되고 있다.

 

지난 겨울 시의원회관과 시청 앞에서 그토록 피켓을 들어도 고쳐지지 않았다.

위의 요구에 답하기 어렵다면

 

이런 작은 그러나 중요한 요구라도 해결해 줄 생각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새해, 가장 친밀하게 아이들과 호흡하고 뒹굴며 살아가는 그룹홈의 당연한 권리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해결방안을 기대해본다.

 

아이를 울린 파리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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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갔다.

낮에 바깥에서 오래 놀아서 피곤하여 쓰러져야 하는데...

 

조금 열린 방문으로 보니 형이 동생에게  급히 '문 닫아'라고 하고

둘이 침대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은 닫혔는데 나는 뭔 일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말없이 다음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데

쿵쿵, 야야 저기 저기, 어디 어디, 하하하, 까르르.....

자야 하는 시간인데 뭔가 재밌는 놀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조금 기다려주고 있는데 점점 더 시끄러워져서 이제 그만 자라고 말하려고 들어갔더니

한 명은 2층침대에 한명은 바닥에 서서 휘젓고 있었다.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고 그놈을 자기들끼리 해치워보려고 하는데 번번이 놓치고 있었다.

 

나는 엄한 표정과 말투로 "내려와 자기 자리에 누워"라고 말했는데

당황스럽게도

"아 파리 있는 거 싫어요~~ "하며 큰 애가 울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이게 문제다.

"내가 파리 잡아줄 테니 너희들은 누워라"라고 해야 하는데

"자리에 누워"라고만 말하고 (파리는 내가 잡아줄게)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것.

 

그래서 아이를 울린다.

 

"내가 잡아줄게"

그 말에 금방 울음을 그친 아이들은 누워서 내가 파리를 잡나 못 잡나 눈만 내놓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이들 때문에 흥분한 파리는 진정을 못하고 날아다니고 

아무리 휘둘러도 나는 그 녀석을 때려 맞추지 못했다.

 

파리 때문에 못 자겠다는 아이들

나 때문에 더 날아다니는 파리

그 파리 때문에 성질난 나

날씨도 더운데 화가 나서 울고 싶었다.

 

아무리 해도 안돼서 오늘 밤에는 그 방에서  파리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문을 열어 베란다로 날려 보냈다.

 

내일 파리는 베란다에서 나에게 잔인하게 살해될 것이다.

파리야, 굿 나잇~

 

 

 

 

아이들 용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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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들에게 용돈을 개인통장으로 계좌 이체해주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은 현금카드가 있으니 그걸로 직접 인출하거나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 두명은 미성년자라 카드발급이 안되므로 직접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가서 은행에서 빼야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동들은 용돈이 자기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나는 그게 잘하는것인줄 알았다.

과자,빵,떡,과일등 간식을 매일 제공하고 있고 가끔씩 사비로 용돈을 줬던터라  아이들이 무슨 용돈이 필요하랴 생각한게 잘못이었다.

 

어느날 초등학교 3학년 00이가 학교가 가기싫다고 말했지만  대수롭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아이는 학습지를 푸는 것, 숙제를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공부가 싫어서 학교가 가기 싫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도 또 '아 내일 학교가기 싫다'라고 말하는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00아 왜 학교 가기 싫어?"

"그냥요 재미없어요"

"공부하는 게 어려워?"

"계속 공부만해서 싫어요"

"혹시 아이들이 괴롭히니?"

"네 "

"누가?"

"다들 괴롭혀요"

 

얼마전 00이가 내가 주지 않은 천원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서 났느냐고하니 친구가 줬다고 했다.

요즘애들은 돈을 달라고 하면 주기도 하는가 싶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도 가지고 있던 돈을 형이나 동생이 달라고 하면 아무거리낌없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아이도 그런가보다했는데 오늘 아이들이 괴롭힌다는 말을 들으니

혹시 00이가 다른 아이에게 황당하게도 아무꺼리낌없이 돈을 달라고 한 것은 아닌지, 그랬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아이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초등아이들에게 용돈을 현금으로 주면서  "애들아, 친구들이 학교 정문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군것질할 때 너희들도 사먹고 싶었지?"

"네"

"이제부터 너희들도 용돈 줄테니 사먹기도하고 친구들도 사주기도 해"

"네~~ 아니 저는 모을거에요"

"모으지마 모으는 건 목사님이 할께, 니들 저금통장에 꼬박꼬박 모으고 있으니 걱정마"

 

 

내 아이들을 키워본 경력자 엄마이면서도 다시 초등학생을 키우며 이렇게 양육에 실수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 아이들이 나때문에 고생은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뭇잎 줍는 것도 용기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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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이를 어린이집에 데려주려고 준비를 하는데 00이가 어린이집 활동 준비룰로 나뭇잎 4~5개를 주워가야 한다고 한다.

어제는뭐하고 이제야 말하냐고 하다가 부질없어서, 그러면  아파트 단지 아래 1층 마당에 가면 있을 테니 주워 오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눈을 아래로 깔고 눈썹을 찌그러트리며 석고처럼 앉아있기만 했다.

"왜?"

"안나갈거야"

"왜?"

"혼자 가기싫어"

"왜?"

"무서워"

"뭐가?" 나는 이 아이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안다.

......

 

"사람이 있는게 무서워?"

고개만 끄덕

"사람이 없는 게 무서워?"

고개만 끄덕

 

"지난번에 바로 앞 마트에 뭐 사먹으러 혼자 잘 갔다왔잖아"

........

 

"목사님도 같이 가"

"목사님은 안갈거야 , 목사님은 이번에는 00이 혼자 보낼거야"

-------

인상이 더 찌푸러져 거의 울것 같은 표정으로 힘들어한다.

 

"그러면 나뭇잎을 주워가지 말던가 아니면 어린이집에 가지 말던가 해야겠네"

"싫어"

"그렇다면 어떡하지? 목사님은 절대로 안 나갈건데"

 

아이는 꽤 한참을 앉아서 인상을 쓰고 앉아있더니

마침내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자칫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너무 매몰찬 것 같기도 하여 그냥 아이와 함께 나갈 뻔 했다. 잘 참고 있었던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아이는 곧 들어왔다.

 

"목사님 낙엽이 하나도 없어요"

(아뿔사,  부지런한 경비 아저씨)

 

나는 아이가 포기할까봐 당황했지만 한 번 더 등을 떠밀어 보았다.. "음, 그럼 놀이터에 가면 있을거야 갈수 있지?"

"네, 갔다올께요"

 

조금 후에 아이는 나뭇잎을 딱 4장 들고 밝고 씩씩한 목소리로 들어왔다.

"목사님~~ 나뭇잎 주워왔어요"

 

나는 아이가 너무 대견하여 오랫동안 꼬옥 안아주었다.

 "정말 잘했어, 정말 멋져".

오늘,  사람이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 집 밖을 혼자 나가고 세상을 향해 한발을 내딛어 스스로 자신감을 얻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7세 아이가 알아들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렇게 혼자라도 세상을 당당하게 걸어 나가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아빠가 없으니 더더욱(이말은 속으로).

소나기오는 공원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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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

그런데 하필 날씨가 아침부터 꾸리꾸리 했다.

안 그래도 집에서만 콕 박혀 tv 보기만 좋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영 속이 답답하여

"얘들아 tv 그만 보고 공원에 놀러 가자"하였다.

아이들은 반색을 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모컨의 종료 버튼을 눌렀다.

각자 옷을 단단히 입고 같이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해도 자기들끼리는 그렇게 나가지를 않는다.

그러니 같이 데리고 나갈 수밖에.)

 

밖은 생각보다 춥지 않고 시원하였다.

공원에 도착하니 암벽등반 동호회원들이 암벽을 타고 있었고

인공폭포 아래 연못에는 물고기가 없었다.

옆으로 더 올라가 보니 노부부가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운동기구에 매달려 있었다.

우리도 다가가 철봉에 매달리고 운동기구도 설명대로 타고 있는데

갑자기 00 이가 "목사님 나 물 한방을 맞았어요"했다.

 

그 말을 귀뚱으로 듣고는

 "애들아 저기 산으로 올라가 볼까 저기 등산로로 올라가면 더 아름답고 나무 냄새 풀냄새도 더 좋아" 하니 아이들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가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상쾌하게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하지만 곧 우리는 얼굴에 물을 한 방울씩 맞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후드득 소리를 내며 소나기가 쏟아졌다.

 

급한 대로 다시 운동기구가 있던 곳의 정자 아래로 내려와 피했지만 구름은 점점 더 까맣게 몰려오고

쏴아아 하고 바람도 불기 시작하였다. 계속 내릴 비 같았다.

 

"얘들아 달려~!"

우리는 천둥번개와 함께 언덕을 내리 달리기 시작했다.

모자는 바람에 벗겨졌고  작은 양산 겸 우산은 뒤집혔고 떨어진 낙엽 때문에 길은 미끄러웠고 내리막길이라

달리는 속도가 빨라져 제어가 안되었고 그렇지만 우리는 넘어지지는 않았다.

옷도 머리도 비와 땀으로 다 젖었다.

 

집에 도착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나오니 창가에 주황색 노을이 펼쳐져 거실에 황홀한 조명을 비추었다.

아이들이 와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단풍이 빨갛게 물든 비가 오는 공원을 달리며

신경질이 많은 00 이도 어리광이 많은 00이도 오늘은 모두 즐겁고 행복했다. 

 

 

 

 

 

 

서점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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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이 내 옷자락을 붙잡고 있다.

손을 떼어내도 다시 붙잡는다.

넓직한 서점안에 이리저리 다니면서 보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장난감이나 문구를 사라고 해도

'싫어요, 안가요'하며 붙어있다.

 

'여기서 나는 책을 보며 가만히 서있을테니 , 진짜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여기 있을테니

가서 골라와'라고 해도 우물쭈물한다.

일곱살인 동생은 형의 눈치를 보며 발을 떼고 나선다.

아홉살인 형은 동생이 떨어져 나가자 당황하면서도 다리가 바닥에 붙어있다.

 

우리집에 온 형제들모습이다.

형이 만4세, 동생이 만2세때 이들은 친모와 헤어졌다.

한참 엄마품이 따뜻하고 엄마냄새가 좋을 나이에 억지로 떨어졌으니 그 한과 불안함을 어림잡아 볼 수 있다.

측은하다.

 

두 아이는 보육원에서 4년 지내다가 우리집에 오게되었다.

우리집의 이름은 같이그룹홈이다.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oo아 형이랑 같이 손 잡고 가"라고 하자 동생이 다시 와서 형의 손을 잡고 간다.

형이 불안한 얼굴로 나를 한번 돌아보더니 조심스레 따라 나선다. 

 

책을 읽는 척하며 아이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살펴보니 고작해야 나에게서 반경 50미터 정도만 떨어져 있었다.

고작 작은 팽이 하나를 골라서 얼른 돌아왔다.

그리고 계속 집에 가자고 졸랐다.

 

어린나이에 엄마와 헤어져 분리불안이 있다.  큰애가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