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어머니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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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6. 8:30 AM 79세

사랑하던 어머니를 천국에 보낸 날

 

기차 플랫폼에서 주황색 모자를 쓰고 화사하게 웃던 어머니 사진 한 장

 

어디다 어떻게 보관해야 좋을지 몰라

책상 앞에 세워놨다가

내 성경책 표지 안쪽에 붙여 놓았다

 

새벽기도 시간 2~3시간 전에 가서 먼저 기도하시던 어머니

차가운 마룻바닥에 담요 한 장 덮고 앉아 밤새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뒷모습

그 어머니를 비추던 십자가의 은은한 불빛

 

소천하시기 열흘 전까지 고운 정장 차림에 뾰족구두를 신고

걷기조차 힘들어도 한걸음 한걸음 꼿꼿하게 있는 힘을 다해서

평생 다니시던 예배당으로 가시던 발걸음..

발은 퉁퉁 부은 채로

 

그 발로 그토록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께

그리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남편에게

어머니는 고운 옷 입고 고운 모습으로 가셨다.

어머니

때로는 시인

아프지 않다

배고프지 않다

엄마는 괜찮다

너 먹어라 굶지 말고

하시더니

 

아프다 아프다

배고프다 목마르다 하시며

얼굴을 찡그리고

투정을 하신다

 

어머니는 그 오랜 세월

어떻게

괜찮다 괜찮다

하셨을까

 

빈 집

때로는 시인

어머니 병원에 두고 잠깐 다니러 온 고향집

열려 있는 대문 안에는 반기는 목소리 없이

너덜거리고  빛바랜 나무 의자만이

거기 앉아 계시던 분들이 없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보내고 기운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담장 옆 빨랫줄에 나팔꽃 덩굴이 꽃을 피워도

그 앞으로 점박이 산나리가 곱게 피어도

여기저기 거미줄이 담장을 가로막아도

 

저걸 치워야지 생각도 못하고

하루하루

겨우 겨우

아버지의 의자처럼 빛바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