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뜻으로본 한국역사 - 함석헌

물론 사람은 감흥도 있어야 하고 명상도 있어야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요, 그 사실을 살로 만드는 것은 사색이다.
사실을 떠난 감흥이나 명상은 마치 붙어살이(寄生)나 화분에 심은 나무와 같다. 붙어살이는 남의 만든 것을 얻어서 사는 것이요, 화분에 심은 것은 고립한 저로만 사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어느정도 살 수있는 것이 아닌 것은 아니나, 크게는 되지 못한다.
감흥은 밖에서 오는 것이요, 명상은 내 속만 파먹는 일이다. 정말 크게, 오래 살려면 사실에다 뿌리를 박고 그것을 삭여 빨아올려야 한다.
사실은 나보다는 큰 객관적인 존재요, 나는 사실보다는 참된 주관적인 삶이다. 그 둘이 하나가 되어야 살림이다. 그것을 하는 것이 사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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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두 면이 있다. 인생과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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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젓것은 나를 나대로 완전하고 확실한 것으로 들여다보고 깊이 파자는 것이요,
뒤엣것은 세계를 그 광대무변하고 유구무한한 변천에서 붙잡고 하나를 얻자는 것이다. 이것이 전체 속에서 나를 보는 것이라면, 저것은 나 속에서 전체를 봄이다.

역사는 과거의 죽은 깍지 혹은 무덤이 아니고 새 세계관을 지어내는 풀무다
지나간 일을 단순한 사실로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사실이라기보다는 그 사실이 가지는 뜻이다.
        -본문 중에서-

교과서에 의해 주입되던  사관이 아닌, 다른 사관으로 쓰여진 역사서를 보는 것은 편향되지 않는 지식을 갖게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정독하였다.
함석헌 선생의 얼과 힘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