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서신영소장님께

photo/people

소장님 안녕하세요?

가을비가 계절을 가르고 있습니다.

조금 스산하기도 하지만 조용히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하네요

일전에 소식을 물었지만 마땅히 전할 소식도 없고 너무 우울한 가운데 있어 답을 드릴 힘도 없었습니다.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요

 

이제서야 소식을 전하는것은 바쁘기도 했거니와 그짬에 명함정리를 하다가 소장님의 부드러운 음성이 생각나서입니다.

 

먼저 소식을 전하자면 기쁜소식으로, 11월 부터 국가보조금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타이밍을 생각해가면서, 감정의 완급을 조절해가면서 문을 두드린 결과입니다.

소장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8월부터 저희 남편과 함께 일하게 되었고, 이전부터 아빠라고 부르며 따르던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게 되어서 감사하게 되었지요

생각보다 남편이 행정도 깔금하게 잘하고 아이들과도 눈높이를 맞춰서 잘 대하고 있어 많은도움이 되고있습니다.

딸은 복학을 하였고

 

아들은 공부도 안하고 그냥 수능을 봤답니다.

게임만 하며 1년을 보낸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지는 않은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있는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겠다고 하고 있죠.

아들도 이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고 잘 씻고? 잘돌아다니고 있답니다. 하하

머지않아 자기의 길을 찾게 될거라 믿어요

 

저는 요즘에 서울시의원회관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룹홈종사자들이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돌아가면서 하고 있거든요

내년 예산에 개인 운영 시설은 제외하고 법인만 호봉제를 실시하는 안이 서울시 예결위에 올라와 이달 20일~12월 초에 통과될 거라고 해서

그것에 대한 항의를 하는데 동참하고 있어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화가 난다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이라 재미가 있네요.

 

재미있는 경험이 좋은 결과까지 얻게되어 내년에 동시호봉제가 적용되고 차차 법인화로 이끌고 갔으면 하는 바램이예요

하여튼, 요보호아동 정책이 탈시설화를 외치면서 거꾸로 가는 것에대해 걱정은 들어요.

그룹홈이라는 가정양육형태의 특수성과 우수함을 외면하고 일부의 문제시설에 과민하여 양육형태의 다양성을 감당하지 못하고 관리체제를 획일화하려하고 있으니

앞으로 개인시설은 도태될 것이에요. 종사자가 호봉제도 적용되지 않는 곳에 취업을 하려고 하겠어요?

보다 나은 양질의 아동 보호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쉬운 관리체계에만 정책을 세우는 것에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별로 화가 안난다고 하면서도 생각해보니 화가 나려고 하네요^^

 

소장님은 잘 지내시죠? 건강하시죠?

 

인생의 한 지점에서 소장님을 만나 나를 이야기 하며 정리하는 시간이 참 의미가 컸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게 되었고 어떻게 다듬으면 좋을지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으니까요.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사람을 일으키는 거룩한 일 하시는 소장님께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이 늘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아이를 울린 파리 한 마리

그룹홈이야기

아이들이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갔다.

낮에 바깥에서 오래 놀아서 피곤하여 쓰러져야 하는데...

 

조금 열린 방문으로 보니 형이 동생에게  급히 '문 닫아'라고 하고

둘이 침대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은 닫혔는데 나는 뭔 일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말없이 다음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데

쿵쿵, 야야 저기 저기, 어디 어디, 하하하, 까르르.....

자야 하는 시간인데 뭔가 재밌는 놀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조금 기다려주고 있는데 점점 더 시끄러워져서 이제 그만 자라고 말하려고 들어갔더니

한 명은 2층침대에 한명은 바닥에 서서 휘젓고 있었다.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고 그놈을 자기들끼리 해치워보려고 하는데 번번이 놓치고 있었다.

 

나는 엄한 표정과 말투로 "내려와 자기 자리에 누워"라고 말했는데

당황스럽게도

"아 파리 있는 거 싫어요~~ "하며 큰 애가 울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이게 문제다.

"내가 파리 잡아줄 테니 너희들은 누워라"라고 해야 하는데

"자리에 누워"라고만 말하고 (파리는 내가 잡아줄게)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것.

 

그래서 아이를 울린다.

 

"내가 잡아줄게"

그 말에 금방 울음을 그친 아이들은 누워서 내가 파리를 잡나 못 잡나 눈만 내놓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이들 때문에 흥분한 파리는 진정을 못하고 날아다니고 

아무리 휘둘러도 나는 그 녀석을 때려 맞추지 못했다.

 

파리 때문에 못 자겠다는 아이들

나 때문에 더 날아다니는 파리

그 파리 때문에 성질난 나

날씨도 더운데 화가 나서 울고 싶었다.

 

아무리 해도 안돼서 오늘 밤에는 그 방에서  파리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문을 열어 베란다로 날려 보냈다.

 

내일 파리는 베란다에서 나에게 잔인하게 살해될 것이다.

파리야, 굿 나잇~

 

 

 

 

아이들 용돈

그룹홈이야기

모든 아이들에게 용돈을 개인통장으로 계좌 이체해주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은 현금카드가 있으니 그걸로 직접 인출하거나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 두명은 미성년자라 카드발급이 안되므로 직접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가서 은행에서 빼야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동들은 용돈이 자기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나는 그게 잘하는것인줄 알았다.

과자,빵,떡,과일등 간식을 매일 제공하고 있고 가끔씩 사비로 용돈을 줬던터라  아이들이 무슨 용돈이 필요하랴 생각한게 잘못이었다.

 

어느날 초등학교 3학년 00이가 학교가 가기싫다고 말했지만  대수롭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아이는 학습지를 푸는 것, 숙제를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공부가 싫어서 학교가 가기 싫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도 또 '아 내일 학교가기 싫다'라고 말하는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00아 왜 학교 가기 싫어?"

"그냥요 재미없어요"

"공부하는 게 어려워?"

"계속 공부만해서 싫어요"

"혹시 아이들이 괴롭히니?"

"네 "

"누가?"

"다들 괴롭혀요"

 

얼마전 00이가 내가 주지 않은 천원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서 났느냐고하니 친구가 줬다고 했다.

요즘애들은 돈을 달라고 하면 주기도 하는가 싶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도 가지고 있던 돈을 형이나 동생이 달라고 하면 아무거리낌없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아이도 그런가보다했는데 오늘 아이들이 괴롭힌다는 말을 들으니

혹시 00이가 다른 아이에게 황당하게도 아무꺼리낌없이 돈을 달라고 한 것은 아닌지, 그랬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아이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초등아이들에게 용돈을 현금으로 주면서  "애들아, 친구들이 학교 정문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군것질할 때 너희들도 사먹고 싶었지?"

"네"

"이제부터 너희들도 용돈 줄테니 사먹기도하고 친구들도 사주기도 해"

"네~~ 아니 저는 모을거에요"

"모으지마 모으는 건 목사님이 할께, 니들 저금통장에 꼬박꼬박 모으고 있으니 걱정마"

 

 

내 아이들을 키워본 경력자 엄마이면서도 다시 초등학생을 키우며 이렇게 양육에 실수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 아이들이 나때문에 고생은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