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아이를 울린 파리 한 마리

그룹홈이야기

아이들이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갔다.

낮에 바깥에서 오래 놀아서 피곤하여 쓰러져야 하는데...

 

조금 열린 방문으로 보니 형이 동생에게  급히 '문 닫아'라고 하고

둘이 침대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은 닫혔는데 나는 뭔 일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말없이 다음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데

쿵쿵, 야야 저기 저기, 어디 어디, 하하하, 까르르.....

자야 하는 시간인데 뭔가 재밌는 놀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조금 기다려주고 있는데 점점 더 시끄러워져서 이제 그만 자라고 말하려고 들어갔더니

한 명은 2층침대에 한명은 바닥에 서서 휘젓고 있었다.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고 그놈을 자기들끼리 해치워보려고 하는데 번번이 놓치고 있었다.

 

나는 엄한 표정과 말투로 "내려와 자기 자리에 누워"라고 말했는데

당황스럽게도

"아 파리 있는 거 싫어요~~ "하며 큰 애가 울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이게 문제다.

"내가 파리 잡아줄 테니 너희들은 누워라"라고 해야 하는데

"자리에 누워"라고만 말하고 (파리는 내가 잡아줄게)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것.

 

그래서 아이를 울린다.

 

"내가 잡아줄게"

그 말에 금방 울음을 그친 아이들은 누워서 내가 파리를 잡나 못 잡나 눈만 내놓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이들 때문에 흥분한 파리는 진정을 못하고 날아다니고 

아무리 휘둘러도 나는 그 녀석을 때려 맞추지 못했다.

 

파리 때문에 못 자겠다는 아이들

나 때문에 더 날아다니는 파리

그 파리 때문에 성질난 나

날씨도 더운데 화가 나서 울고 싶었다.

 

아무리 해도 안돼서 오늘 밤에는 그 방에서  파리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문을 열어 베란다로 날려 보냈다.

 

내일 파리는 베란다에서 나에게 잔인하게 살해될 것이다.

파리야,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