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가시 머리띠

그룹홈이야기

아이들이 오고서  두번 째 부활절을 맞았습니다.

고등학생인 아이는 역시나 참여하지않고  초등2명, 중등1명이 계란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중 한명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뭘 어떻게 그려야 할 지 몰라 동생들 눈치만 보다가 엉뚱하게도

마굿간을 그리네요~^^

부활절인지 성탄절인지 구분을 안하더라구요

 

아이들끼리 계란 장식을 하는 동안 집안 일을 마치고 가서 보니

 그림을 그리던 막내가 예수님 얼굴에 초록색 구름 같은 것을 그려놨더군요

뭐지? 무슨 승리의 월계관인가? 부활승리의 상징인가? 하고 기특하고 궁금하여

머리에 이거 뭐냐고 물으니

"음 음 음, 그거 있잖아요 머리에 쓰는거요 그거..... 까시 머리띠요"

그 말에 저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부활절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성탄절 그림을 그리지 않나,

부활하신 영광을 그릴 줄 알았더니 아직도 가시관쓰신 고난받는 예수님을 그리지를 않나

지난 주 설교에 듣긴 들었는데 가시관이라는 말이 어려웠는지

가시 면류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시왕관이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에휴~~까시머리띠라니요

이녀석들한테 뭘 기대한 제가 잘못인가요?

 

'가시관'하면 피흘리는 고난의 예수님이

'가시머리띠'하면 긴머리 휘날리는 예수님의 머리에 살짝 올려진 최신핫템이 생각나니

저나 아이들이나 수준이 쌤쌤입니다. 

 

 

가시머리띠 어디 있을까요?

 

뭔가 되게 심혈을 기울이는 듯 했다.

월급날은 도대체 언제인가?

그룹홈이야기

이것이 임금불안인가?

임금 체불인가?

 

그룹홈 종사자의 1월은 불안하다.

매월 20~25일 사이에 나오는 인건비가 매년 1월이면 제 때 나오지 않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부지런하면 빨리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지체된다.

정해진 날이 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 1분1초단위로 회계처리및 금융 거래가 매우 불안정하다.

어이 없는 일이다.

그룹홈종사자들의 처우와 인권의 현실이다.

 

2020년은 게다가 24일부터 설날 연휴라 까딱 잘못하다가는 설날에 종사자 급여를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수준의 인건비에 명절수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지급시기마저도 늦어지면 상당히 곤란한 일이다.

 

사회복지시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너무 당연하고

사회복지인건비가이드라인의 단일임금체계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소외된 양육시설인 아동그룹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한민국에서 대형시설의 대안으로 가정형양육시설로 아동양육의 질과 아동의 정서적 안정이 인정되는 우수한 곳인데도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처우개선이 등한시되고 있다.

 

지난 겨울 시의원회관과 시청 앞에서 그토록 피켓을 들어도 고쳐지지 않았다.

위의 요구에 답하기 어렵다면

 

이런 작은 그러나 중요한 요구라도 해결해 줄 생각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새해, 가장 친밀하게 아이들과 호흡하고 뒹굴며 살아가는 그룹홈의 당연한 권리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해결방안을 기대해본다.

 

남편의 머리 염색을 하며

나의 삶과 생각

남편이 며칠 전부터 염색 염색하더니 기어이 나보고 염색을 해달라고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기 일은 자기가 하자 주의다

그래서 그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나를 붙잡아 눈을 맞추며 염색약 좀 발라 달라고 한다.

나는 그런 남편의 눈을 맞추며 '혼자 발라 보세요' 하였다.

투덜투덜대는 남편에게 나도 같이 투덜대며 아버지를 회상했다.

 

아버지는 염색약으로 얼룩덜룩한 러닝셔츠를 입고 베란다에 나가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거울을 보며

항상 똑같은 까만 염색약 비겐인가 뭔가를 바르는데 목덜미며 이마며 피부에 다 묻히고 나오신다.

그러면 엄마가 '여봐요 이리 와 봐요' 하고 아버지를 세워놓고 검사를 하고 몇 군데 쓱쓱 발라주신다.

대체로 그게 끝인데  아주 가끔은 엄마가 아버지 머리를 감겨주기도 하신다.

'왜 이렇게 여기저기 다 묻혀놨어요? 목덜미랑, 귀 옆에는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가 않네, 잘 좀 칠하지 참......'

'아이고 시원하다......'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신 지 5개월이 지났다.

나는 오늘 남편의 머리에 염색약을 발라주면서  염색약을 바르고 나오실 때마다 낯설었던 아버지의 얼굴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일상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사라진 후에야 너무 소중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투덜대면서도 가장자리에 클렌징크림을 돌아가면서 바르고 염색약을 꼼꼼히 발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