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어머니의 마지막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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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한테 가고 싶으세요?

어머니, 아무리 그래도 추운 겨울에 가지 말고

내년 봄 따뜻할 때 가세요

 

추우면...

밖에다 솥 걸고 손님 받으니 걱정이니?

 

 

나는 겨울도 못 넘기고 이제 집 앞 벚나무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이 가을 날 , 곧 어머니가 가실 것 같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두고 싶어서 한 말인데

 

어머니가 없는 가을이라면 ,, 안 그래도 쓸쓸한데

계절이 끝날 때까지 하루하루 어떻게 보낼지 몰라서 한 말인데

 

어머니는 살짝 눈을 흘기며 말하시면서도

 

딸의 말을 너무 잘 들으신건지

바로 닷새 후 훌쩍 우리들 곁을 떠나셨다.

 

겨울이 오기 전,

춥게 장례 치르지 말라고.

 

어머니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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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6. 8:30 AM 79세

사랑하던 어머니를 천국에 보낸 날

 

기차 플랫폼에서 주황색 모자를 쓰고 화사하게 웃던 어머니 사진 한 장

 

어디다 어떻게 보관해야 좋을지 몰라

책상 앞에 세워놨다가

내 성경책 표지 안쪽에 붙여 놓았다

 

새벽기도 시간 2~3시간 전에 가서 먼저 기도하시던 어머니

차가운 마룻바닥에 담요 한 장 덮고 앉아 밤새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뒷모습

그 어머니를 비추던 십자가의 은은한 불빛

 

소천하시기 열흘 전까지 고운 정장 차림에 뾰족구두를 신고

걷기조차 힘들어도 한걸음 한걸음 꼿꼿하게 있는 힘을 다해서

평생 다니시던 예배당으로 가시던 발걸음..

발은 퉁퉁 부은 채로

 

그 발로 그토록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께

그리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남편에게

어머니는 고운 옷 입고 고운 모습으로 가셨다.

어머니

때로는 시인

아프지 않다

배고프지 않다

엄마는 괜찮다

너 먹어라 굶지 말고

하시더니

 

아프다 아프다

배고프다 목마르다 하시며

얼굴을 찡그리고

투정을 하신다

 

어머니는 그 오랜 세월

어떻게

괜찮다 괜찮다

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