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어머니

때로는 시인

아프지 않다

배고프지 않다

엄마는 괜찮다

너 먹어라 굶지 말고

하시더니

 

아프다 아프다

배고프다 목마르다 하시며

얼굴을 찡그리고

투정을 하신다

 

어머니는 그 오랜 세월

어떻게

괜찮다 괜찮다

하셨을까

 

빈 집

때로는 시인

어머니 병원에 두고 잠깐 다니러 온 고향집

열려 있는 대문 안에는 반기는 목소리 없이

너덜거리고  빛바랜 나무 의자만이

거기 앉아 계시던 분들이 없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보내고 기운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담장 옆 빨랫줄에 나팔꽃 덩굴이 꽃을 피워도

그 앞으로 점박이 산나리가 곱게 피어도

여기저기 거미줄이 담장을 가로막아도

 

저걸 치워야지 생각도 못하고

하루하루

겨우 겨우

아버지의 의자처럼 빛바래가고 있다.

세 살짜리 경험

그룹홈이야기

세 살 아기를 데리고 병원 오가는 길.

이제 제법 다 나아서 병원 가는 길이 소풍길이 되었다.

 

아이에게는 신기한 게 너무 많아

만 두 살 넘은 아이에게 거의 대부분의 것은 인생 처음 만나는 것.

 

뒷 자석에 앉아 흥분한 목소리로

"엄마 엄마 퐄레인 퐄레인, 엄마 엄마 렘콩 렘콩, 엄마 엄마 불도저 불도저, 엄마 엄마, 어머니~~"

 

운전하느라 앞만 보고 달리면 목소리가 더 커지고  더더 간절하면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자기가 본 것에 대해

감탄을 하며 혹시나 엄마가 못봤을까봐 " 엄마~~ 죠기~~ 죠기~"

 

 

50대의 나에게 어느 날 어디서 뚝 떨어진 눈 반짝거리는 아이가

사물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작은 날파리도 환호성으로 다시 바라보는 법을 배우며

한동안 이 아이와 같이 걷는 새로운 인생길이

내 삶의 아름다운 무늬 중 하나로 남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세 살짜리의 가을날을 같이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