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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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1학년 입니다.

그룹홈이야기

아이는 평안한 얼굴로 잠을 잔다.

어리둥절해서 고단한 하루를 보냈다. 

경계선지능을 가졌지만   아이답지 않게 공감능력이 뛰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쉽게 알아차리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다정하고 사랑스런 아이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쓰다듬으며  아이 대신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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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말하던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제 없다.

나는 초등학생이 되어 학교를 간다.

계단을 한번 올라가서 또 이어진 두번 째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건물 뒷동 현관이 나오고 거기서 또 한 층 계단을 올라가야 드디어 복도 중간 쯤에 1학년 2반 교실이 나온다. 참 복잡하다.

 

엄마들은 교문 앞까지만 데려다 준다. 교장선생님과 다른  선생님이 교문 앞에 서서 엄마들을 선 안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

 

입학식 날 한 번 엄마랑 교실에 가봤는데 잘 못찾겠다. 한 번 밖에 안가봤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

엄마가 올라가라고 한 계단을 따라가면서 두리번 거리다 우리반 친구를 만났다. 이제 안심이 된다. 친구 따라 가면 된다. 반갑게 친구 이름을 부르며 쫒아간다.

 

교실에 들어왔다. 모든 것이 낯설다.

선생님도 무섭다.

오즘은 자꾸 마렵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니 얼른 다녀오라고 한다. 그런데 화장실이 어디인지 모른다.

혼자 가기도 무섭다.  친구 한명이 자기도 간다고 일어난다.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또 오줌이 마렵다. 또또 마렵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니 선생님은  약간 화를 내신다. 

화장실은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가라고 하신다. 종이 울리면 한시간이 지난다고? 한시간은 또 뭐야? 쉬는 시간은 언제까지야? 몇 번을 해야 끝나는 거야?

나는 모르겠다. 

 

짝꿍에게 마인크래프트를 아냐고 하니 안다고 하여 같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떠드는 사람 누구야?  너희 둘  학교에서 게임이야기 하지마" 라고하신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 얘기 또 하다가 걸렸다. 그래서 그 친구와 떨어지고 여자애와 짝꿍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급식실이라는 곳으로 우리는 갔다. 거기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았고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받았다. 

밥은 너무 맛있다. 나는 젓가락질을 잘 못해서 선생님 몰래 손으로 반찬을 집어 먹었다. 

젓가락이 큰 것만 있어서 반찬을 집기 어렵다.

 

점심을 먹고 교실로 다같이 들어가서 가방을 챙기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늘봄 선생님이 오셔서 나를 늘봄교실로 데리고 갔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그 교실로 갔는데 선생님 두 명이나 계셨다. 

한 명은 착한데 한 명은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화를 잘 내서 나는 그 선생님이 무섭다.

나는 늘봄이 뭔지 모르겠다.

모든 게 다  끝나고 이제 집으로 가라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엄마가 운동장으로 마중 나왔고  태권도 차가 올 때까지  30분 동안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태권도학원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이 때가 제일 좋다. 엄마를 만나 안심도 되고 친구들과 진짜로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도 좋아 기분도 좋고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넓은 운동장을 마음대로 뛸 수 있어서 좋다.

 

학교는....  교실은 별로고 운동장은 좋다. 

 

 

 

 

 

 

서점나들이

그룹홈이야기

아이 둘이 내 옷자락을 붙잡고 있다.

손을 떼어내도 다시 붙잡는다.

넓직한 서점안에 이리저리 다니면서 보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장난감이나 문구를 사라고 해도

'싫어요, 안가요'하며 붙어있다.

 

'여기서 나는 책을 보며 가만히 서있을테니 , 진짜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여기 있을테니

가서 골라와'라고 해도 우물쭈물한다.

일곱살인 동생은 형의 눈치를 보며 발을 떼고 나선다.

아홉살인 형은 동생이 떨어져 나가자 당황하면서도 다리가 바닥에 붙어있다.

 

우리집에 온 형제들모습이다.

형이 만4세, 동생이 만2세때 이들은 친모와 헤어졌다.

한참 엄마품이 따뜻하고 엄마냄새가 좋을 나이에 억지로 떨어졌으니 그 한과 불안함을 어림잡아 볼 수 있다.

측은하다.

 

두 아이는 보육원에서 4년 지내다가 우리집에 오게되었다.

우리집의 이름은 같이그룹홈이다.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oo아 형이랑 같이 손 잡고 가"라고 하자 동생이 다시 와서 형의 손을 잡고 간다.

형이 불안한 얼굴로 나를 한번 돌아보더니 조심스레 따라 나선다. 

 

책을 읽는 척하며 아이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살펴보니 고작해야 나에게서 반경 50미터 정도만 떨어져 있었다.

고작 작은 팽이 하나를 골라서 얼른 돌아왔다.

그리고 계속 집에 가자고 졸랐다.

 

어린나이에 엄마와 헤어져 분리불안이 있다.  큰애가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