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나뭇잎 줍는 것도 용기가 필요해

그룹홈이야기

00이를 어린이집에 데려주려고 준비를 하는데 00이가 어린이집 활동 준비룰로 나뭇잎 4~5개를 주워가야 한다고 한다.

어제는뭐하고 이제야 말하냐고 하다가 부질없어서, 그러면  아파트 단지 아래 1층 마당에 가면 있을 테니 주워 오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눈을 아래로 깔고 눈썹을 찌그러트리며 석고처럼 앉아있기만 했다.

"왜?"

"안나갈거야"

"왜?"

"혼자 가기싫어"

"왜?"

"무서워"

"뭐가?" 나는 이 아이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안다.

......

 

"사람이 있는게 무서워?"

고개만 끄덕

"사람이 없는 게 무서워?"

고개만 끄덕

 

"지난번에 바로 앞 마트에 뭐 사먹으러 혼자 잘 갔다왔잖아"

........

 

"목사님도 같이 가"

"목사님은 안갈거야 , 목사님은 이번에는 00이 혼자 보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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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이 더 찌푸러져 거의 울것 같은 표정으로 힘들어한다.

 

"그러면 나뭇잎을 주워가지 말던가 아니면 어린이집에 가지 말던가 해야겠네"

"싫어"

"그렇다면 어떡하지? 목사님은 절대로 안 나갈건데"

 

아이는 꽤 한참을 앉아서 인상을 쓰고 앉아있더니

마침내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자칫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너무 매몰찬 것 같기도 하여 그냥 아이와 함께 나갈 뻔 했다. 잘 참고 있었던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아이는 곧 들어왔다.

 

"목사님 낙엽이 하나도 없어요"

(아뿔사,  부지런한 경비 아저씨)

 

나는 아이가 포기할까봐 당황했지만 한 번 더 등을 떠밀어 보았다.. "음, 그럼 놀이터에 가면 있을거야 갈수 있지?"

"네, 갔다올께요"

 

조금 후에 아이는 나뭇잎을 딱 4장 들고 밝고 씩씩한 목소리로 들어왔다.

"목사님~~ 나뭇잎 주워왔어요"

 

나는 아이가 너무 대견하여 오랫동안 꼬옥 안아주었다.

 "정말 잘했어, 정말 멋져".

오늘,  사람이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 집 밖을 혼자 나가고 세상을 향해 한발을 내딛어 스스로 자신감을 얻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7세 아이가 알아들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렇게 혼자라도 세상을 당당하게 걸어 나가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아빠가 없으니 더더욱(이말은 속으로).

소나기오는 공원 탈출

그룹홈이야기

오늘은 일요일

그런데 하필 날씨가 아침부터 꾸리꾸리 했다.

안 그래도 집에서만 콕 박혀 tv 보기만 좋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영 속이 답답하여

"얘들아 tv 그만 보고 공원에 놀러 가자"하였다.

아이들은 반색을 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모컨의 종료 버튼을 눌렀다.

각자 옷을 단단히 입고 같이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해도 자기들끼리는 그렇게 나가지를 않는다.

그러니 같이 데리고 나갈 수밖에.)

 

밖은 생각보다 춥지 않고 시원하였다.

공원에 도착하니 암벽등반 동호회원들이 암벽을 타고 있었고

인공폭포 아래 연못에는 물고기가 없었다.

옆으로 더 올라가 보니 노부부가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운동기구에 매달려 있었다.

우리도 다가가 철봉에 매달리고 운동기구도 설명대로 타고 있는데

갑자기 00 이가 "목사님 나 물 한방을 맞았어요"했다.

 

그 말을 귀뚱으로 듣고는

 "애들아 저기 산으로 올라가 볼까 저기 등산로로 올라가면 더 아름답고 나무 냄새 풀냄새도 더 좋아" 하니 아이들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가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상쾌하게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하지만 곧 우리는 얼굴에 물을 한 방울씩 맞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후드득 소리를 내며 소나기가 쏟아졌다.

 

급한 대로 다시 운동기구가 있던 곳의 정자 아래로 내려와 피했지만 구름은 점점 더 까맣게 몰려오고

쏴아아 하고 바람도 불기 시작하였다. 계속 내릴 비 같았다.

 

"얘들아 달려~!"

우리는 천둥번개와 함께 언덕을 내리 달리기 시작했다.

모자는 바람에 벗겨졌고  작은 양산 겸 우산은 뒤집혔고 떨어진 낙엽 때문에 길은 미끄러웠고 내리막길이라

달리는 속도가 빨라져 제어가 안되었고 그렇지만 우리는 넘어지지는 않았다.

옷도 머리도 비와 땀으로 다 젖었다.

 

집에 도착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나오니 창가에 주황색 노을이 펼쳐져 거실에 황홀한 조명을 비추었다.

아이들이 와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단풍이 빨갛게 물든 비가 오는 공원을 달리며

신경질이 많은 00 이도 어리광이 많은 00이도 오늘은 모두 즐겁고 행복했다. 

 

 

 

 

 

 

서점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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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이 내 옷자락을 붙잡고 있다.

손을 떼어내도 다시 붙잡는다.

넓직한 서점안에 이리저리 다니면서 보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장난감이나 문구를 사라고 해도

'싫어요, 안가요'하며 붙어있다.

 

'여기서 나는 책을 보며 가만히 서있을테니 , 진짜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여기 있을테니

가서 골라와'라고 해도 우물쭈물한다.

일곱살인 동생은 형의 눈치를 보며 발을 떼고 나선다.

아홉살인 형은 동생이 떨어져 나가자 당황하면서도 다리가 바닥에 붙어있다.

 

우리집에 온 형제들모습이다.

형이 만4세, 동생이 만2세때 이들은 친모와 헤어졌다.

한참 엄마품이 따뜻하고 엄마냄새가 좋을 나이에 억지로 떨어졌으니 그 한과 불안함을 어림잡아 볼 수 있다.

측은하다.

 

두 아이는 보육원에서 4년 지내다가 우리집에 오게되었다.

우리집의 이름은 같이그룹홈이다.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oo아 형이랑 같이 손 잡고 가"라고 하자 동생이 다시 와서 형의 손을 잡고 간다.

형이 불안한 얼굴로 나를 한번 돌아보더니 조심스레 따라 나선다. 

 

책을 읽는 척하며 아이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살펴보니 고작해야 나에게서 반경 50미터 정도만 떨어져 있었다.

고작 작은 팽이 하나를 골라서 얼른 돌아왔다.

그리고 계속 집에 가자고 졸랐다.

 

어린나이에 엄마와 헤어져 분리불안이 있다.  큰애가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