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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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입니다. 2
  2. 편지
  3. Genesis 5:24
  4. Genesis 2:2~3
  5. 여름날의 풍경
  6. 우리들끼리 보낸 첫 설날
  7. 어머니의 마지막 농담
  8. 어머니와 이별
  9. 어머니
  10. 빈 집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입니다.

그룹홈이야기

아이는 평안한 얼굴로 잠을 잔다.

어리둥절해서 고단한 하루를 보냈다. 

경계선지능을 가졌지만   아이답지 않게 공감능력이 뛰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쉽게 알아차리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다정하고 사랑스런 아이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쓰다듬으며  아이 대신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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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말하던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제 없다.

나는 초등학생이 되어 학교를 간다.

계단을 한번 올라가서 또 이어진 두번 째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건물 뒷동 현관이 나오고 거기서 또 한 층 계단을 올라가야 드디어 복도 중간 쯤에 1학년 2반 교실이 나온다. 참 복잡하다.

 

엄마들은 교문 앞까지만 데려다 준다. 교장선생님과 다른  선생님이 교문 앞에 서서 엄마들을 선 안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

 

입학식 날 한 번 엄마랑 교실에 가봤는데 잘 못찾겠다. 한 번 밖에 안가봤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

엄마가 올라가라고 한 계단을 따라가면서 두리번 거리다 우리반 친구를 만났다. 이제 안심이 된다. 친구 따라 가면 된다. 반갑게 친구 이름을 부르며 쫒아간다.

 

교실에 들어왔다. 모든 것이 낯설다.

선생님도 무섭다.

오즘은 자꾸 마렵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니 얼른 다녀오라고 한다. 그런데 화장실이 어디인지 모른다.

혼자 가기도 무섭다.  친구 한명이 자기도 간다고 일어난다.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또 오줌이 마렵다. 또또 마렵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니 선생님은  약간 화를 내신다. 

화장실은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가라고 하신다. 종이 울리면 한시간이 지난다고? 한시간은 또 뭐야? 쉬는 시간은 언제까지야? 몇 번을 해야 끝나는 거야?

나는 모르겠다. 

 

짝꿍에게 마인크래프트를 아냐고 하니 안다고 하여 같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떠드는 사람 누구야?  너희 둘  학교에서 게임이야기 하지마" 라고하신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 얘기 또 하다가 걸렸다. 그래서 그 친구와 떨어지고 여자애와 짝꿍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급식실이라는 곳으로 우리는 갔다. 거기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았고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받았다. 

밥은 너무 맛있다. 나는 젓가락질을 잘 못해서 선생님 몰래 손으로 반찬을 집어 먹었다. 

젓가락이 큰 것만 있어서 반찬을 집기 어렵다.

 

점심을 먹고 교실로 다같이 들어가서 가방을 챙기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늘봄 선생님이 오셔서 나를 늘봄교실로 데리고 갔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그 교실로 갔는데 선생님 두 명이나 계셨다. 

한 명은 착한데 한 명은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화를 잘 내서 나는 그 선생님이 무섭다.

나는 늘봄이 뭔지 모르겠다.

모든 게 다  끝나고 이제 집으로 가라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엄마가 운동장으로 마중 나왔고  태권도 차가 올 때까지  30분 동안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태권도학원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이 때가 제일 좋다. 엄마를 만나 안심도 되고 친구들과 진짜로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도 좋아 기분도 좋고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넓은 운동장을 마음대로 뛸 수 있어서 좋다.

 

학교는....  교실은 별로고 운동장은 좋다. 

 

 

 

 

 

 

편지

때로는 시인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옇고(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윤동주
1936. 12

Genesis 5:24

성경, NIV로 읽다가 잠시 멈추고 끄적거리기

Enoch walked with God: then he was no more, because God took him away.

 

함께 걷는 사이

나란히 함께 걸어도 , 그 뒤를 조용히 따라 걸어도 좋은 모습

말이 통하는 사이

사랑하는 사이

마음을 터놓아도 편안한 사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인간과 하나님의 사이

 

人間 ,  (間: 사이 간 ) 하나님이 인간 사이에 들어오셨다.

 

그리고

선조들은  자손을 낳고 죽었(died)으나 에녹만은 하나님이  데리고 가셨다 (took him away).

Genesis 2:2~3

성경, NIV로 읽다가 잠시 멈추고 끄적거리기

By the seventh day God had finished the work he had been doing; so on the seventh day he rested from all his work

And God blessed the seventh day and made it holy, because on it he rested from all the work of creating that he had done.

 

하나님께서 쉬는 날이 있다.그날은 7일째 날이다.  없던 것을 처음 있어야 할 것으로 만드시느라  곤하셨을까? 

마지막 날 제 7일을 축복하고 거룩하게 하셨다.

왜냐, 이날은 내가(God)가 일을 만족스럽게 끝내고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 쉬라고 안식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쉬시니까 우리들도 쉬는 것.  안식과 평화.

여름날의 풍경

나의 삶과 생각/나의 어린날-오리궁뎅이

1972년 오리의 여름이야기다.

 

여름만 되면 

동네꼬마들인 우리는 물놀이용이라고 하기에는 좀 허접한 나이롱 팬티를 머리에 쓰고 

마을에서 10분쯤 걸어나가면 나오는 개울로 갔다.

 

거기서 우리는 세상 신나게 깔깔 풍덩 거리며 미역을 감고 놀았다.

그러다가 어떤 애가 다리에 거머리가 붙어서 기겁을 하고 겅중겅중 뛰면

비명소리에 놀란 오빠들이 마치 동네 여자애들의 거머리는 자기들이 다 떼어준다는 어떤 사명을 가지고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떼어  철천지 원수인양 거머리를 돌로 쳐 죽이며 의기양양하였다. 

그 때 그 초등생쯤 되는 동네 오빠들은 개울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고난은 자기들이 해결할것임을 믿으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정말로 든든하였다. 지금으로말하자면 물놀이 안전요원이었던 셈이다.

 

거머리사건 때문에  잠깐 물에서 나온 우리들에게 

아카시아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열서너살 되는 언니들의 할 일이 시작되었다. 

언니들은 아카시아잎을 훑어 그 줄기로 우리들의 젖은 머리를 말아  파마를 해준다고 달라 붙었다.

머리카락을 땡겨 아프기도 하고 졸리기도하여 꾸벅꾸벅 고개를 떨어뜨리면

언니들의 잔소리와 매미소리가 꿈속처럼  아련히 들렸다.

 

햇빛이 동네를 약간 주황색으로 만들 때쯤이 되어야

우리는 집으로 향하여 걸었다.

아카시아 파마로 뽀그르르 푸서석한 머리에 젖은 팬티를 쓰고 좁은 개울둑을 일렬로 행진.

나는 왜 늘 그걸 머리에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면 갈 때, 손에 거추장스러운 것을 들지 않아도 되었고

올 때, 떨어지는 물줄기에 진짜  머리가 뜨겁지 않고 시원했던 기억은 있다.

 

50년이 지난 지금  고향 길 개울에는 키크고 억센 수풀만 우거져 있고

발가락사이를 부드럽게 빠져나가던 고운 모래도, 하얗게 빛나던 조약돌도,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리던 초록 아카시아 나무도 없다.

그리고 

시끌벅적하게 깔깔대며 웃고 노는 아이들도 없다. 

 

우리들끼리 보낸 첫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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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

두 분 안 계신 집에서 저희 세 남매 모여 설을 맞았습니다.

어머니가 차리신 방식과 비슷하게 올케 언니가 음식을 장만했어요

꾸떡꾸덕하게 찐 명태를 보니 어머니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어요

찜솥에서 바로 꺼낸 명태를 호호 불며 뼈를 발라내고 볼살을 같이 뜯어먹던 생각이 났거든요

그 명태가 뭐라고

 

그날 조카들과 함께 둘러앉은 상에 마치 어머니 아버지도 와 앉으신 느낌이 들어 더 훈훈했어요.

오빠도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 가시고

못나게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다시는 안 보고 살겠다고 먹었던 다짐들도 

우리 남매들에게는 길게 가져가지 못하는 일이었어요

그러면 서로 너무 외롭고, 그러기에는 우리 남매들이 서로 아끼기 때문이지요

 

어머니 

설날 아침 우리는 어머니 가시고 처음 밥상에 둘러앉아 고사리나물도 무나물도 먹었어요

어머니 

우리 앞으로 어머니집에서 이렇게 둘러앉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곧 세를 준다 하니 이제 남의 집이 될테니까요

어머니 냄새가 아직도 나는 것 같은 그 정든 집에 다시는 올 수 없을 것 같아  늦도록 뒹굴거리고 꾸물거리다가

돌아왔어요.

 

그리운 어머니,

비록 우리들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 아끼며 잘 지낼게요

나중에 천국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어머니의 마지막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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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한테 가고 싶으세요?

어머니, 아무리 그래도 추운 겨울에 가지 말고

내년 봄 따뜻할 때 가세요

 

추우면...

밖에다 솥 걸고 손님 받으니 걱정이니?

 

 

나는 겨울도 못 넘기고 이제 집 앞 벚나무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이 가을 날 , 곧 어머니가 가실 것 같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두고 싶어서 한 말인데

 

어머니가 없는 가을이라면 ,, 안 그래도 쓸쓸한데

계절이 끝날 때까지 하루하루 어떻게 보낼지 몰라서 한 말인데

 

어머니는 살짝 눈을 흘기며 말하시면서도

 

딸의 말을 너무 잘 들으신건지

바로 닷새 후 훌쩍 우리들 곁을 떠나셨다.

 

겨울이 오기 전,

춥게 장례 치르지 말라고.

 

어머니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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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6. 8:30 AM 79세

사랑하던 어머니를 천국에 보낸 날

 

기차 플랫폼에서 주황색 모자를 쓰고 화사하게 웃던 어머니 사진 한 장

 

어디다 어떻게 보관해야 좋을지 몰라

책상 앞에 세워놨다가

내 성경책 표지 안쪽에 붙여 놓았다

 

새벽기도 시간 2~3시간 전에 가서 먼저 기도하시던 어머니

차가운 마룻바닥에 담요 한 장 덮고 앉아 밤새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뒷모습

그 어머니를 비추던 십자가의 은은한 불빛

 

소천하시기 열흘 전까지 고운 정장 차림에 뾰족구두를 신고

걷기조차 힘들어도 한걸음 한걸음 꼿꼿하게 있는 힘을 다해서

평생 다니시던 예배당으로 가시던 발걸음..

발은 퉁퉁 부은 채로

 

그 발로 그토록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께

그리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남편에게

어머니는 고운 옷 입고 고운 모습으로 가셨다.

어머니

때로는 시인

아프지 않다

배고프지 않다

엄마는 괜찮다

너 먹어라 굶지 말고

하시더니

 

아프다 아프다

배고프다 목마르다 하시며

얼굴을 찡그리고

투정을 하신다

 

어머니는 그 오랜 세월

어떻게

괜찮다 괜찮다

하셨을까

 

빈 집

때로는 시인

어머니 병원에 두고 잠깐 다니러 온 고향집

열려 있는 대문 안에는 반기는 목소리 없이

너덜거리고  빛바랜 나무 의자만이

거기 앉아 계시던 분들이 없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보내고 기운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담장 옆 빨랫줄에 나팔꽃 덩굴이 꽃을 피워도

그 앞으로 점박이 산나리가 곱게 피어도

여기저기 거미줄이 담장을 가로막아도

 

저걸 치워야지 생각도 못하고

하루하루

겨우 겨우

아버지의 의자처럼 빛바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