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때로는 시인어머니 병원에 두고 잠깐 다니러 온 고향집
열려 있는 대문 안에는 반기는 목소리 없이
너덜거리고 빛바랜 나무 의자만이
거기 앉아 계시던 분들이 없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보내고 기운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담장 옆 빨랫줄에 나팔꽃 덩굴이 꽃을 피워도
그 앞으로 점박이 산나리가 곱게 피어도
여기저기 거미줄이 담장을 가로막아도
저걸 치워야지 생각도 못하고
하루하루
겨우 겨우
아버지의 의자처럼 빛바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