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끼리 보낸 첫 설날
카테고리 없음어머니, 아버지
두 분 안 계신 집에서 저희 세 남매 모여 설을 맞았습니다.
어머니가 차리신 방식과 비슷하게 올케 언니가 음식을 장만했어요
꾸떡꾸덕하게 찐 명태를 보니 어머니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어요
찜솥에서 바로 꺼낸 명태를 호호 불며 뼈를 발라내고 볼살을 같이 뜯어먹던 생각이 났거든요
그 명태가 뭐라고
그날 조카들과 함께 둘러앉은 상에 마치 어머니 아버지도 와 앉으신 느낌이 들어 더 훈훈했어요.
오빠도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 가시고
못나게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다시는 안 보고 살겠다고 먹었던 다짐들도
우리 남매들에게는 길게 가져가지 못하는 일이었어요
그러면 서로 너무 외롭고, 그러기에는 우리 남매들이 서로 아끼기 때문이지요
어머니
설날 아침 우리는 어머니 가시고 처음 밥상에 둘러앉아 고사리나물도 무나물도 먹었어요
어머니
우리 앞으로 어머니집에서 이렇게 둘러앉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곧 세를 준다 하니 이제 남의 집이 될테니까요
어머니 냄새가 아직도 나는 것 같은 그 정든 집에 다시는 올 수 없을 것 같아 늦도록 뒹굴거리고 꾸물거리다가
돌아왔어요.
그리운 어머니,
비록 우리들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 아끼며 잘 지낼게요
나중에 천국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