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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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솜방망이 같은 아가의 손가락 끝살을

잘못하다 가위로 잘랐을 때

 아가는 "엄마"하고 울었다.

 아가의 첫 말문이 그렇게 트인걸 놀라면서

 석류처럼  빨간 피  붕대로 누르고 감고

이보다 빠를 수 있을까?

아기를 등에 업고 가파른  언덕길을 단숨에 달렸다.

넘어질 듯 미친 듯  달렸다.

누가 뭐라하는지 누가 지나가는지 보이지 않았다.

길만 보였다.

 

이보다 용감할 수 있을까?

사람 많은 병원 복도에서 전화를 걸었다.

 누가 듣던 말던 큰소리로  외쳤다.

'엄마, 병원비가 없어요. 얼른 와주세요'

걱정없이 잘 사는 척하던 딸노릇 들통이 났지만

내 귀엔 아가의 울음소리만 들렸다.

 

가장 소중한 것을 안고 있을 때

한 가지만 보이고

한 가지만 들린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