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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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머리 염색을 하며

나의 삶과 생각

남편이 며칠 전부터 염색 염색하더니 기어이 나보고 염색을 해달라고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기 일은 자기가 하자 주의다

그래서 그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나를 붙잡아 눈을 맞추며 염색약 좀 발라 달라고 한다.

나는 그런 남편의 눈을 맞추며 '혼자 발라 보세요' 하였다.

투덜투덜대는 남편에게 나도 같이 투덜대며 아버지를 회상했다.

 

아버지는 염색약으로 얼룩덜룩한 러닝셔츠를 입고 베란다에 나가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거울을 보며

항상 똑같은 까만 염색약 비겐인가 뭔가를 바르는데 목덜미며 이마며 피부에 다 묻히고 나오신다.

그러면 엄마가 '여봐요 이리 와 봐요' 하고 아버지를 세워놓고 검사를 하고 몇 군데 쓱쓱 발라주신다.

대체로 그게 끝인데  아주 가끔은 엄마가 아버지 머리를 감겨주기도 하신다.

'왜 이렇게 여기저기 다 묻혀놨어요? 목덜미랑, 귀 옆에는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가 않네, 잘 좀 칠하지 참......'

'아이고 시원하다......'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신 지 5개월이 지났다.

나는 오늘 남편의 머리에 염색약을 발라주면서  염색약을 바르고 나오실 때마다 낯설었던 아버지의 얼굴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일상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사라진 후에야 너무 소중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투덜대면서도 가장자리에 클렌징크림을 돌아가면서 바르고 염색약을 꼼꼼히 발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