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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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궁뎅이3, 계란 손에 쥐고 깨기

나의 삶과 생각/나의 어린날-오리궁뎅이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나는 어떤 이야기, 혹은 어떤 이야기들의 일부로 존재하는가?’라는 보다 앞선 질문이 해명될 때에만 비로소 대답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나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참 좋은 말이죠? 그래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나의 어린 날의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나의 이야기는 곧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의 일부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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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깨동무라는 잡지를  읽다가 알게 된 것 같다
계란을 손에 쥐고 손아귀의 힘으로 깨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천하장사라도 깰수 없다고 ..
참 신기하기도 하여 당장 부엌에서 계란을 집어와 오른 손 안에 넣고 감싸쥐며 힘을 주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힘을 주는데도 계란은 깨지지 않았다
엄마도, 오빠와 동생도 한번 씩 다 해봤다. 정말 아무도 깰 수 없었다

다음날,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숙이한테 그 사실을 이야기했다
"거짓말하지마, 천하장사가 아니라도 내가 해도 깨지겠다. 무슨 그런 바보같은 소리를 하고 그래"
가장 친한 숙이가 이렇게 말하니 나는 너무 속이 상했다
"거짓말 아니야, 우리가 다 해봤어, 진짜 안깨져"
그런데도 내 말을 믿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 가서 "쟤가 거짓말한다. 계란을 깰수 없대, 말도 안되는 소리로 빡빡 우긴다"라고
막 떠들어 댔다. 아이들이 나를 다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아이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얼른 학교종이 울리기만을 바랬다

학교 종이 울리자 나는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와 계란을 하나 꺼내들고 숙이네 집으로 갔다
"숙아, 이리 나와서 이거 한번 깨봐, 깰 수 있나 없나 내가 거짓말하나 안하나"
숙이는 귀찮다는 듯이 계란을 집더니 힘을 주었다 하지만 계란은 깨지지 않았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안깨진다니까?"
숙이는 약간 당황한 듯 "아니야 우리 집 계란으로 해볼래"라고 하며
 자기네 계란을 들고와서 내 앞에서 보란듯이 계란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진짜로 깨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승리감에 취해 아주 기뻐하고 있는데, 숙이 왈
"안깨지네?.. 그래, 알았어" 하고 집으로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미안하다고 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고.. 날 쳐다보지도 않고.. 그렇게 너무 쉽게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내가 다른 아이들에게 받은 놀림을 생각하면 이렇게  간단하면 안되는 것인데..

이래저래 아주 기분이 나쁜 날이었다. 그래도 거짓말이 아닌 것이 밝혀졌으니 조금의 위안은 되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자꾸 이런 말이 나왔다

"나쁜 기집애~~"

아마 숙이도 씩씩거리며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나쁜 기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