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우물

10월의 마지막 밤

때로는 시인




창밖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보인다
길에서 뭔가를 팔고 있다
점퍼를 입었는데 키가커서인지 잘 어울린다
추워보인다. 입을 꽉 다물고 있는게.
막차는 출발했고 그의 슬픈 눈빛은 거기에 남아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인데 땡땡이 쳤다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서있는데
바람이 자꾸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는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누르려고
옷깃을 여미고 두손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
겨드랑이 사이에 열장이나 넘게 쓴 편지가 있다
편지를 전해주던 그 날은
촌스럽게도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동네 할머니들이 볏단가리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웃통을 훌러덩 벗더니
빨간 나이롱 내복을 뒤적거리며 이를 잡는다.
따스한 햇살과 축 늘어진 할매젖
겨울이 아니라 봄이 올라고 했나 보다. 



가을 중에서도 끝 가을, 이렇게 추위가 시작되는 가을을 저는 몹시 탑니다
그래서 그런가 이렇게 저절로 시가 써지네요
제 유년의 기억,  사춘기의 기억, 그리고 20대의 기억입니다. 
아래에서부터 시간이 쌓이듯이 글도 그렇게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시간은 아니 계절은 위에서부터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