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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궁뎅이1-선생님 도시락

나의 삶과 생각/나의 어린날-오리궁뎅이

추운 겨울날이었다. 겨울 방학이 불과 며칠 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선생님은 노란 양은 도시락을 꺼내셨다
그리고 나와 숙이를 불렀다
" 오리,이거 숙직실 부엌에가서 좀 데워와"
우리는 조심스레 선생님의 도시락을 들고 숙직실로 갔다 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시켜주신 것에 감격해하면서..
부엌 연탄불은 연탄구멍마다 불이 솔솔 올라와 있었다
우리는 그 위에 도시락을 얹었다
조금있다보니 바닥이 타는지 누룽지 냄새가 났다
그래서 얼른 뒤집으려하다가 그만 뚜껑이 열리면서 밥이 뒤집힌채로  연탄불 위에 떨어졌다
숙이와 나는 얼른 도시락을 꺼냈지만 이미 밥에는 연탄재가 묻어있었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우리는 밥에 묻어있는 재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손이 떨렸지만 간신히 재를 뜯어내고 그럴싸하게 잘 펴서 선생님께 갖다 드렸다

점심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았다. 아이들은 벌써 점심도시락을 다 먹고 뚜껑을 닫고 있었다 
선생님이 웃는 얼굴로 "힘들었지?" 하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거의 실신할 상태로 자리에 앉았다. 겨울이지만 등에서 땀이 났다
선생님이 뚜껑을 여는 순간까지 우리는 눈을 떼지 못하고 선생님의 도시락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이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셨는데 약간 눈썹을 찌푸리셨다
순간  '이제걸렸다, 이제 선생님께 혼날텐데..." 가슴이 쿵쾅거렸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 순간은 정말이지 지구를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선생님이"오리, 이리와봐" 하고 말씀하셨다
거의 고개도 못 들고 앞으로 나갔는데 " 너 심부름 잘했는데  하나 더 해라, 가서 빵하고 우유하나 사와"하시며 웃으셨다.

나는 점심도 못 먹었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다
단지, 선생님이 배고프실까봐 날수만 있다면 날아갔다 오고 싶을 뿐이었다


*2009년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줬던 어린 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려합니다.
아이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은 아마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것입니다.
좀 과장된 엄마의 표정과 변화무쌍한 목소리때문에  평범한 이야기가 조금 특별해질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글로 이야기를 하자니 글재주가 신통치 않아  그 때의 그 감정이 잘 표현되질 않는군요 

조금씩 이야기를 써가려고 합니다.
언젠가 우리아이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