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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오는 공원 탈출

그룹홈이야기

오늘은 일요일

그런데 하필 날씨가 아침부터 꾸리꾸리 했다.

안 그래도 집에서만 콕 박혀 tv 보기만 좋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영 속이 답답하여

"얘들아 tv 그만 보고 공원에 놀러 가자"하였다.

아이들은 반색을 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모컨의 종료 버튼을 눌렀다.

각자 옷을 단단히 입고 같이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해도 자기들끼리는 그렇게 나가지를 않는다.

그러니 같이 데리고 나갈 수밖에.)

 

밖은 생각보다 춥지 않고 시원하였다.

공원에 도착하니 암벽등반 동호회원들이 암벽을 타고 있었고

인공폭포 아래 연못에는 물고기가 없었다.

옆으로 더 올라가 보니 노부부가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운동기구에 매달려 있었다.

우리도 다가가 철봉에 매달리고 운동기구도 설명대로 타고 있는데

갑자기 00 이가 "목사님 나 물 한방을 맞았어요"했다.

 

그 말을 귀뚱으로 듣고는

 "애들아 저기 산으로 올라가 볼까 저기 등산로로 올라가면 더 아름답고 나무 냄새 풀냄새도 더 좋아" 하니 아이들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가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상쾌하게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하지만 곧 우리는 얼굴에 물을 한 방울씩 맞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후드득 소리를 내며 소나기가 쏟아졌다.

 

급한 대로 다시 운동기구가 있던 곳의 정자 아래로 내려와 피했지만 구름은 점점 더 까맣게 몰려오고

쏴아아 하고 바람도 불기 시작하였다. 계속 내릴 비 같았다.

 

"얘들아 달려~!"

우리는 천둥번개와 함께 언덕을 내리 달리기 시작했다.

모자는 바람에 벗겨졌고  작은 양산 겸 우산은 뒤집혔고 떨어진 낙엽 때문에 길은 미끄러웠고 내리막길이라

달리는 속도가 빨라져 제어가 안되었고 그렇지만 우리는 넘어지지는 않았다.

옷도 머리도 비와 땀으로 다 젖었다.

 

집에 도착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나오니 창가에 주황색 노을이 펼쳐져 거실에 황홀한 조명을 비추었다.

아이들이 와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단풍이 빨갛게 물든 비가 오는 공원을 달리며

신경질이 많은 00 이도 어리광이 많은 00이도 오늘은 모두 즐겁고 행복했다.